대략 한 달 전 정원이와의 1주년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유튜브에서 스시자양에 대한 영상을 봤다.


영상의 극찬과 코스 구성을 보고 꼭 정원이와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 위치가 사는 곳에서 가까웠기 때문에 1주년 데이트 때 여기서 런치를 먹기로 했다.


위치는 자양역(뚝섬유원지역) 근처로 밥을 먹고 한강에서 산책하기도 좋아보였다. 캐치테이블에서 예약이 가능한데 우리는 평일에 예약을 했기 때문에 수월하게 예약이 가능했지만 주말은 예약이 쉽지 않아보였다. 오마카세는 런치와 디너 각각 한 타임씩 진행된다.


스시자양의 분위기는 너무 가볍지도 않고 그렇다고 과하게 부담스럽지도 않은 적당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부부 두 분이서 가게를 운영하시는 것 같았는데 두 분 다 친절하셨다.

한 팀이 오지 않아서 5분 정도 코스 시작 시간이 지연됐는데 딱히 불편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첫번째로 나온 차완무시

특별할 건 없지만 아주 부드럽고 맛있는 잘 만든 일식 계란찜이었다.

이 글을 쓰는 것이 대략 한 달 전이기 때문에 뒤에 나올 음식의 순서는 조금 뒤죽박죽일 수 있고 샤리의 느낌이나 몇몇 메뉴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방어 사시미

원래는 두 점이었는데 이때 너무 배고파서 사진 찍는 것도 잊고 한 점을 먹어버렸다. 가게에서 직접 만든 녹차 소금과 한 점, 간장과 한 점을 먹었는데 소금과 굉장히 잘 어울렸다.

회를 소금과 먹어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간장과 먹을 때보다 회 본연의 맛이 잘 살아나서 아주 맛있었다. 다음에 회를 먹을때 소금을 추가로 준비해서 와사비와 함께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미 뱃살

내가 찍은 사진보다 정원이가 찍은 사진이 더 예쁘게 나와서 그 사진을 사용했다. 약간 이에 달라붙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식감이 아주 찰졌다.


주도로

특유의 기름진 맛이 아주 잘 느껴져서 맛있게 먹었다.


삼치 타다끼

구워진 부분에서 느껴지는 불맛과 올라오는 기름이 인상적이었고 정원이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했다.


내가 가장 맛있게 먹었던 피스 중 하나였던 청어 마끼

셰프님이 청어가 더 많이 들어가는 꼬다리(?)부분을 먹을 사람을 두 명 구하셨는데 이번 타임에서 이러한 요청이 처음이라 다들 머뭇거리는 때에 내가 차지할 수 있었다.

청어가 가득 들어있어서 그런지 입안 한 가득 느껴지는 청어의 맛이 장난이 아니었다.


나도 좋아하지만 정원이가 특히 좋아하는 고등어 봉초밥

이번에는 정원이가 큰 피스를 먹게 돼서 정원이가 찍은 사진을 사용했다.

고등어의 기름짐과 등푸른 생선 특유의 맛이 잘 느껴져서 정말 맛있었다.


아까미

적당히 산미가 느껴지는게 맛이 나쁘지 않았다.


네기도로 + 아귀간

잘 비벼서 김에 싸서 먹으니 짭짤한 네기도로와 녹진하고 부드러운 아귀간이 적절히 균형을 맞추고 거기에 김의 감칠맛까지 더해지니 더할나위 없었다.


생선 조림

달콤짭짤한 간장 소스와 부드럽게 잘 조려진 생선살과 내장 그리고 안쪽도 균일하게 잘 익은 부드러운 무까지 완벽한 생선 조림이었다.


연어 아부리

원래는 단새우가 나오는데 당일에 단새우가 들어오지 않아서 연어 아부리로 대체된 것 같다.

맛은 있었지만 연어는 어디서 먹나 맛의 편차가 적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단새우를 먹고 싶었기 때문에 아주 살짝 아쉬웠다.


교꾸

촉촉하고 달콤해서 무난하게 맛있었다.


후토마키

큰 사이즈에 다양한 재료가 알차게 들어있어서 입안에 느껴지는 만족감이 좋았다.

후토마키는 한 입에 먹어야 된다고 어디서 들은 적이 있어 정원이한테 말을 해줬더니 작은 입으로 한입에 먹었는데 다람쥐처럼 볼이 엄청 빵빵해진게 너무 귀여웠다 ㅋㅋㅋㅋㅋ


디저트로 나온 방울토마토 홍초 절임

상큼한 홍초의 맛이 느껴지다가 방울토마토가 터지며 과즙이 섞여 또 한 번 맛이 바뀌는게 디저트로 최고였다.


엥콜 스시로 나온 삼치 초밥, 엥콜 스시의 종류는 셰프님 마음대로이다.

타다끼로 먹었을 때 맛있었던 삼치답게 초밥으로 먹어도 여전히 맛있었다.

정원이는 배불러서 엥콜을 주문하지 않았는데 아까 전 삼치 타다끼를 너무 맛있게 먹었어서 내 거를 먹겠냐고 물어보려다 너무 배불러 하는게 보여서 물어보지 않았다. 나중에 얘기해보니 엥콜이 이전에 나왔던 메뉴로만 나오는지 알았다고 삼치를 초밥으로 주는걸 보고 좀 먹고싶었다고 말했다. ㅠㅠ 그냥 물어볼 걸

총평은 부족할 것 없는 셰프님의 솜씨와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아주 풍성한 구성에 재료도 좋은 걸 쓰는게 느껴져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거기에 런치 2.5 디너 3.5라는 가격까지.

다음에 꼭 디너로 또 와볼 생각이다. 이번에는 런치라 술은 마시지 않았는데 디너로 오면 맥주나 사케와 함께 즐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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